집에서 쉬다가 부모님 가게에 일을 도와드려 나갔다. 그곳에서 일을 하던 중 한 켤레의 상복의 행전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큰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썼던 그것일 것이다. 나는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행전을 태우러 나갔다. 전봇대 옆 하수구에서 쪼그려 앉았다. 종이를 깔고 행전을 올리고 다시 종이로 덮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우기 시작했다. 마치 죽은 자의 시신을 수의로 감싸듯이 종이로 행전을 감싸고 화장을 하듯 그렇게 시작되었다. 별똥별이 자기 자신을 태우며 떨어지는 듯한 행전이 타들어 가며 하수구로 빠져들어 간다. 영혼이 타는 불꽃... 푸른 불꽃과 자주색 불꽃이 어우러지며 타들어간다. 이윽고 행전을 재로 변하게 하고 다시 연기로 변하면 공기 중에 무엇들과 조화를 이뤄가며 어우러져 사라진다. 그렇게 죽은 자의 시신을 달래주던 것들도 죽은 자의 세상으로 가는 것일까... 처음에는 불도 잘 붙지 않던 것이 이제는 은은히 타들어 가더니 끊임없이 죽은 듯 하다 다시 살아난다. 잘 보이지 않던 불꽃들이 바람을 불어넣어주면 다시 환하게 타들어 간다. 살아있는 삶의 숨결인가... 거의 다 타버린 재는 드디어 하수구안 지하세계로 조그만 별똥별이 되어 떨어져 간다. 타 버릴 수 없는 미련인지 아니면 가슴속에 남는 그리움인지 모를 것들이 긴 꼬리를 그리며 어두운 밑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