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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 5분 27초]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1983년, 문학과 지성사, 황지우

이 작품은 제목만이 존재할 뿐, 어떠한 시구도 보이지 않는다. 제목만이 존재하는 시인 셈이다. 그러나 이 시의 특이성은 단순히 이 시가 제목만 존재한다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왜 묵념을 5분 27초씩이나 해야 하나?' 라는 질문을 잠시 품어본다면, 이 시의 제목에서 숫자 5와 27이 무엇을 뜻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숫자는 곧 5월 27일, 즉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의 마지막 보루였던 전남도청이 공수부대에 의해 최후로 진압된 날을 의미하는 것이다. (1980년 5.18 광주항쟁 : 5월 18일 날 시작되어 27일 끝남)

이 작품은 제목만 있지 서정성이나 리듬을 운위할 본문 자체는 아예 행방불명이다. 음악이 소리 예술이고 회화나 조각이 시각적 징표를 매체로 하는 예술이라면, 시는 언어 예술이다. 즉, 시의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은 언어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제목만 있지 본문은 아예 없다. 제목만 있고 소리 없는 음악이나, 제목만 있고 그림이 없는 그림이 성립될 수 있는가?

그래서 이 시는 반 미학의 성격을 예지 없이 보여주는 예가 되고 있다. 이 시에서는 여백으로 이루어진 침묵이 바로 시적 내용인 것이다. 작품 제목에서의 "5분 27초"는 사회현실적인 문맥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는 일종의 시사적인 인유이다. 5분 27초는 5월 27일, 즉 광주항쟁에 대한 전면적인 유혈진압이 감행된 날을 의미한다. 그래서 5분 27초간의 묵념은 다름 아닌 광주항쟁에서 쓰러져 간 사람들을 추모하는 묵념인 것이다. 제목만 제시되어 있는 이 시는, 광주의 피 흘림으로 시작된 암울한 시대인 1980년대, 그 기나긴 묵념과 침묵의 시대상황을 내용 없는 침묵으로 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광주항쟁의 그 뜨거운 열기와 희생을 시인의 양심에 사실적으로 나타내었다면, 당시는 군사독재, 이 시는 검열을 당해 삭제되었을 것이다. 이에 황지우 시인은 본문의 내용을 없애고 오로지 제목만을 통하여 주제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그 시절의 대중들에게 공감대를 이끌어내었다.

내용이 없는 가장 짧은 시 이지만 어쩌면 가장 내용이 많은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가 아닌가 하다. 마치 ‘5분 27초’도 모자라는 듯이.

참고문헌

(시사인물사전 6권, 인물과사상사, 편집부, 2000년)

(한국 현대시 교육론, 국학자료원, 장도준 )

(비평의 줏대와 잣대, 새미, 고현철, 2001년)

-정오의 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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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