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길을 가고 있던 중이었다. 우연히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서 멈추었을 때 건너편에 있는 신호등을 보았다. 신호등을 보고 무언가를 느꼈다. 신호등이 교통신호 말고 다른 신호를 나에게 보내는 것 같았다. 신호등의 빨간사람이 위에 굳건히 버티고 있기에 못 건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면 그가 아래의 녹색사람을 짓밟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밑에 있는 녹색사람이 위에 있는 빨간사람의 강압과 무력에 대항하여 깜박거리며 어디론가 도망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치와 유태인, 우리나라 일제시대의 일본과 한국 등 무언가에 억눌리고 탄압받고 그것에 저항하는 시대가 생각났다. 또다시 멍하니 신호 하나를 보내고 난 후 다시금 느낀 것은 신호등이 우리나라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위에는 초등학생들이 흔히 통일에 관한 포스터를 그릴 때 붉은색으로 절로 생각나는 북한 그리고 밑에는 민주주의의 남한. 굳이 내가 북한에 대한 나쁜 감정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의 무언가의 세뇌에 대한 반사적 생각이다. 그냥 그렇게 우리나라의 모습으로 보였다. 새롭게 나를 고민에 빠지게 한 것은 앞을 향해 나아가라는 녹색사람이 갑자기 깜박거린 것이다. 이것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실인가…….